제물포고등학교(사진=인천시교육청)
제물포고등학교(사진=인천시교육청)

제물포고 총동창회의 'SOS'

<더 청라>에서 'SSG 랜더스 창단식 서울 개최'와 관련된 칼럼을 쓰고 있었을 즈음 한 통의 메일이 날아왔다. 바로 인천광역시교육청의 인천교육복합타운 조성과 관련하여 취재를 요청한 바 있었던 제물포고등학교 총동창회에서 온 메일이었다.

'청라국제도시 대표언론'을 표방하는 <더 청라>인 만큼, 청라가 아닌 송도권의 학교 이전을 희망하고 있던 제물포고 총동창회였기 때문에 이들의 요청에 기꺼이 응답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동문이 직접 나서서 모교와 후배들의 미래를 염려하는 마음이 마치 고등학교 부족으로 인해 원거리 통학을 감수해야 하는 자녀를 둔 청라국제도시 학부모의 그것과 닮아있다고 생각했고, 최근 SSG 랜더스 창단식을 두고 빚어진 논란과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어 '靑羅萬想'의 이름으로 자판을 두드리게 되었다.

 

인천 동구의회는 지난달 23일 의장실에서 인천시 교육감 비서실장과의 간담회에서 "학교를 이전하는 것은 원도심 주민들에게 소외감과 박탈감을 안기는 정책"이라며 제물포고 이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사진=인천동구의회)
인천 동구의회는 지난달 23일 의장실에서 인천시 교육감 비서실장과의 간담회에서 "학교를 이전하는 것은 원도심 주민들에게 소외감과 박탈감을 안기는 정책"이라며 제물포고 이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사진=인천동구의회)

제고 총동창회 측 "조사 내용 타당성이 결여된 설문조사, 수용할 수 없어"

제물포고 총동창회 측은 지난 1일 공개된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에서 진행한 '제물포고 송도 이전 관련 설문조사'에 이의를 제기하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설문조사를 마치 인천시민의 의견인양 발표한 것과 이 내용이 보도 되는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에서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는 송도국제도시와 중·동구 주민, 제물포고 관계자 등 802명 대상 온라인으로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5%p였다고 전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참여인원의 75.3%, 중·동구 주민의 95%가 제물포고의 송도 이전을 반대했고, 그 이유로 '원도심 교육불평등 및 공동화 현상 심화', '중·동구 지역 학생 및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침해', '원도심 교육 문화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 급선무' 등을 들었다.

제고 총동창회 측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그들의 입맛대로 짜 맞춘 것으로 표본오차, 신뢰수준 운운은 언어도단"이라면서 그 결과도 전혀 신뢰할 수 없으며 표본선정, 설문 내용의 타당성 등에도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조사에 앞서 제물포고 이전이 발의된 동기와 이전에 따른 부지 활용안으로 인천시교육청이 발표한 교육문화복합단지 조성에 대한 전달, 그리고 이에 따른 효과를 설명하여 설문 취지 및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여야 올바른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총동창회 관계자는 "(설문조사) 표본 대상이 일부 네티즌이나 일반화할 수 없는 설문조사자가 보유한 한정된 자원 등 편중된 성향을 갖는 일부 계층으로 한정되어 있고, 더 나아가 모집단과 전혀 다른 계층이 포함되어 조사 내용의 왜곡으로 인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 단체가 시행한 방식은 동호인 대상의 의견수렴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설문조사를 통해 모집단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나, 모집단이 조사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사표시 강요로 인한 오류가 발생한다"면서 "이는 즉 정보부재 또는 부정확한 정보로 인한 의견 부재 또는 의견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제고 총동창회에서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여론조사 방식에서, 불과 1년 전 불거졌던 청라 소각장 폐쇄를 포함한 인천시의 자원순환 정책 관련 설문조사가 떠오른 것은 왜일까?

 

지난달 16일 인천시교육청은 제물포고등학교 부지에 '인천교육복합단지'를 조성하여 원도심 활성화와 교육행정의 체계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사진=인천시교육청)
지난달 16일 인천시교육청은 제물포고등학교 부지에 '인천교육복합단지'를 조성하여 원도심 활성화와 교육행정의 체계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사진=인천시교육청)

학령인구가 부족한 원도심, 학교가 부족한 신도시의 '불균형 발전'

앞서 <더 청라>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제고 총동창회에서 20여 년에 거쳐 모교인 제물포고의 송도 이전을 주장했던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정원 미충족 문제 때문이다. 입학정원을 계속해서 채우지 못한다면 1954년 개교 이후 '인천의 명문'을 자부했던 모교가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제고 동문들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젊은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오히려 인근에 학교가 없어 원거리를 통학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신도시 지역의 학생들은 지근거리에 학교가 없어 같은 공동학군으로 묶여있는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로 멀리 통학하는 문제로 인해 길거리에서 황금같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 문제는 똑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매년 2~300여 명의 중3 학생들이 청라가 아닌 다른 지역에 위치한 고등학교로 통학을 하는 상황에 놓여있어 중학교 자녀를 둔 한 청라 주민은 실제로 고등학교 진학 때문에 정든 동네를 떠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정도이다.

청라동의 경우 서구 내 다른 지역과 함께 3학군에 묶여있으나, 광활한 면적을 가진 서구의 특성 상 같은 서구라 할지라도 길게는 5~6km 떨어진 학교로 배정되어 통학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 달 20일 가량을 통학한다고 가정한다면, 매 달 200km, 1년 2,400km를 소비하는 꼴이며, 왕복 1시간 가량을 통학을 위해 소모한다고 계산한다면 한 달 기준 20시간, 1년 기준으로 10일 가량을 길에서 소비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인천시교육청은 이러한 지역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서구 지역을 한 학군으로 묶은 상황이며, 학교 신설 역시 신규 학령인구 유발 등을 고려해야 하는 중앙 투자심사 과정을 밟는 것이 난망하다. 더군다나 올해부터 검단신도시 인구 입주가 시작된다면 원거리 통학 문제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도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사람들의 이동으로 도시는 생동감을 불러올 수 있지만, 계속해서 머무르려 한다면 그 도시는 죽어가게 된다(Image by wal_172619 from Pixabay)
도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사람들의 이동으로 도시는 생동감을 불러올 수 있지만, 계속해서 머무르려 한다면 그 도시는 죽어가게 된다(Image by wal_172619 from Pixabay)

도시는 '생물'과 같다

물론 기존 지역에서 학교를 옮기는 것에 대해 반발이 있을 수는 있다. '잘 있던' 학교를 굳이 옮기게 됨으로써 그 지역에 살고 있는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의 선택권과 통학권을 빼앗기게 됨으로 인해 허탈함을 안겨줄 수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수명이 다하여 시들어가 없어진 자리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는 것은 결코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스러운 '자연의 섭리'이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아도 발전과 쇠퇴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흥망이 있었고 성쇠가 있었으며, 수명을 다한 문명과 문화는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거나 재발굴되면서 또 다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주었다.

이번 인천시교육청의 '인천교육복합단지' 조성 발표 역시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생각된다. 시대가 바뀌면서 학생들의 통학 환경 역시 면학 분위기 조성에서 매우 중요해지면서 긴 시간동안 만원버스에 몸을 구겨가며 학교로 통학해야 하는 불편을 더 이상 물려주고 싶지 않은 학부모의 열망이 강해졌다.

더군다나 제물포고의 경우 학교 주변의 관광지화로 하여금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역시 학교 이전 요구의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었다.

더 이상 학교 이전문제를 원도심과 신도시로 이분법적인 시각이 아닌 인천 전체를 긴 호흡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시대의 전환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한 곳에만 머무르려 한다면 인천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을 '더 나은 미래'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앞으로 인천의 미래를 위해서는 통학문제 개선을 통해 아낀 시간을 온전히 인천의 미래에게 자기발전의 시간을 위해 돌려주어야 하며, 그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반드시 이 공간이 '학교'가 아니어도 된다. 꼭 학교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직접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이 세상 모두가 '학습현장'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인천의 원도심은 자의적이 아닌 일제 및 서구 열강들의 강압적 요구로 개방이 시작된 '개항'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나 있으며, 점차 동쪽으로 시가지가 넓어지면서 인천 발전의 발자취가 담겨져 있는 '살아있는 학습현장'이다. 원도심 지역에 이를 살린 학습현장을 조성한다면 인천의 미래들이 '인천'을 이해하고 '인천'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부디 인천시, 그리고 인천시교육청은 보다 더 넓은 시각으로 학교 문제를 접근하기 바란다. '인천시민'은 원도심에만 머무르지 않고 신도시에도 '인천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도시는 생명과 같아 끊임없이 움직인다. 사람은 도시의 '피'와도 같아 도시의 '혈관'인 도로, 철도를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끊임없는 도시 내 활동을 통해 도시는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그러나 그 움직임이 결코 '의미없는 움직임'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람의 움직임이 도시에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는 것이라면 도시는 서서히 소멸을 향해 움직이게 된다. '살아있는' 인천을 위해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원도심'이나 '신도시'만 바라보지 않는, 인천시민들의 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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